방아쇠수지, 주사 치료와 수술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아쇠수지는 스테로이드 주사 2회까지는 시도해볼 만합니다. 그러나 2회 주사 후에도 증상이 반복되거나, Quinnell 3-4단계의 잠김 현상이 있다면 더 이상 주사로 시간을 끌지 마시고 수술을 받으십시오.
진료실에서 손가락이 딸깍 걸린다고 오시는 분들에게 항상 먼저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주사를 몇 번 맞으셨습니까?" 1회라면 한 번 더 시도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2회 이상 맞고도 재발했다면, 저는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수술하십시오."
다수의 방아쇠수지 수술을 시행하면서 확인한 건, 주사로 충분한 손과 수술이 필요한 손이 분명히 구분된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 구분을 환자분 스스로 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그 판단 기준을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아쇠수지는 왜 손가락이 걸리는 것인가
방아쇠수지의 본질은 힘줄과 활차(pulley) 사이의 크기 불일치입니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굴곡건이 A1 활차라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터널이 좁아지거나 힘줄이 부어오르면 통과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A1 활차는 본래 3겹 구조(외층, 중간층, 내층)로 되어 있습니다. 반복적인 기계적 자극이 가해지면 외층이 두꺼워지고, 중간층과 내층은 퇴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건초 안으로 자라 들어오고, 활차 내부에 연골 화생(chondroid metaplasia)이 발생합니다.
이것을 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위 점막이 위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보호를 위해 장상피화생으로 변하는 것처럼, A1 활차도 압박력을 견디기 위해 연골 코팅 구조로 적응합니다. 문제는 이 적응 구조 자체가 힘줄 통로를 더욱 좁힌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굴곡건이 좁아진 터널을 억지로 통과하면서 "딸깍" 하는 잠김 현상이 발생합니다. 아침에 특히 심한 이유는 밤새 손을 사용하지 않아 활액 순환이 감소하고 조직이 뻣뻣해지기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스테로이드 주사의 목적은 활차 주변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부종을 줄여 힘줄이 통과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트리암시놀론(triamcinolone)이나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같은 약제가 사용됩니다.
주사의 효과는 실제로 상당합니다. Dierks 등이 J Hand Surg Am (2008)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첫 번째 스테로이드 주사 후 약 57%의 환자에서 증상이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두 번째 주사까지 포함하면 성공률은 70%대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주사는 좁아진 활차 자체를 넓히지 못합니다. 염증과 부종이 가라앉으면 일시적으로 힘줄이 통과할 여유가 생기지만, 활차의 구조적 협착은 그대로입니다. 연골 화생이 진행된 활차는 주사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것이 주사 치료의 한계입니다. Gil 등이 J Am Acad Orthop Surg (2020)에 정리한 바와 같이, 스테로이드 주사의 효과는 이환된 손가락 개수, 증상 기간, 당뇨병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는 주사 효과가 현저히 감소합니다.
주사 2회가 기준이 되는 이유
왜 하필 2회일까요? 이 숫자는 경험적 근거와 연구 데이터가 일치하는 지점입니다.
첫째, 주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효과는 감소합니다. 첫 번째 주사에서 실패한 환자가 두 번째 주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약 50%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에서도 실패한 환자가 세 번째에서 성공할 확률은 20%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둘째,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주사는 힘줄 자체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스테로이드는 콜라겐 합성을 억제하고 힘줄의 기계적 강도를 약화시킵니다. 3회 이상 주사한 환자의 수술 소견에서 힘줄 퇴행이 더 심한 것을 자주 확인합니다.
셋째, 주사로 시간을 끌수록 관절 구축이 진행됩니다. 방아쇠 현상이 지속되면 중간 손가락 관절(PIP joint)이 굽은 채로 굳어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수술 후에도 완전한 신전 회복이 어려워집니다.
본원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다수의 방아쇠수지 수술을 시행한 경험으로 볼 때, 주사 3회 이상 맞고 오신 분들의 수술 난이도가 확연히 높았습니다. 활차 비후가 심하고, 힘줄과 건초 사이 유착이 광범위하며, PIP joint 구축이 동반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Quinnell 분류로 보는 수술 적응증
방아쇠수지의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Quinnell 분류입니다. 이 분류에 따라 치료 방침이 달라집니다.
| Quinnell 등급 | 임상 소견 | 권장 치료 |
|---|---|---|
| 1등급 | 통증만 있고 잠김 없음 | 경과 관찰, 활동 조절, 부목 |
| 2등급 | 걸리는 느낌은 있으나 스스로 풀림 | 스테로이드 주사 1차 시도 |
| 3등급 | 걸리면 반대 손으로 펴줘야 함 | 주사 1-2회 시도 후 반응 평가, 수술 고려 |
| 4등급 | 걸린 채로 펴지지 않음 (잠김 고정) | 수술 우선 권고 |
3등급 이상에서는 주사 치료의 성공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특히 4등급의 잠김 고정 상태에서는 주사보다 수술을 먼저 권합니다. 이미 활차와 힘줄 사이의 구조적 불일치가 심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Merry 등이 J Prim Care Community Health (2020)에 발표한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도 잠김 현상이 있는 경우 조기 수술 의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키나이프 수술이란 무엇인가
하키나이프(HAKI Knife)는 방아쇠수지 전용으로 개발된 경피적 A1 활차 절개 도구입니다. HAKI라는 명칭은 이 도구를 개발한 하권익(Ha Kwon-Ik) 박사의 이니셜에서 유래했습니다.
Ha 등이 J Hand Surg Am (2001)에 발표한 원조 논문에서 이 도구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습니다. 기존의 18게이지 바늘을 이용한 경피적 절개술보다 정확하고 완전한 활차 절개가 가능합니다.
수술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소 마취 후 A1 활차 위치에 3-4mm 정도의 작은 절개를 가합니다. 하키나이프를 삽입하여 활차를 종방향으로 절개합니다. 절개 후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힘줄이 자유롭게 움직이는지 확인합니다. 전 과정이 5-10분 내에 완료됩니다.
개방 수술과 비교한 장점은 명확합니다. Donati 등이 BMC Musculoskelet Disord (2024)에 발표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경피적 절개술은 개방 수술과 동등한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회복 기간이 짧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았습니다.
개방 수술과 경피적 수술의 비교
두 수술법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경피적 절개술 (하키나이프) | 개방 수술 |
|---|---|---|
| 절개 크기 | 3-4mm | 15-20mm |
| 마취 | 국소 마취 | 국소 또는 부위 마취 |
| 수술 시간 | 5-10분 | 15-30분 |
| 회복 기간 | 2-3주 | 4-6주 |
| 신경 손상 위험 | 낮음 (숙련된 술자) | 매우 낮음 (직시하 수술) |
| 불완전 절개 위험 | 존재함 | 거의 없음 |
| 흉터 | 최소 | 다소 큼 |
| 당일 퇴원 | 가능 | 가능 |
경피적 수술의 가장 큰 우려점은 불완전 절개입니다. Baek 등(경희대)의 국내 연구에서 109명을 분석한 결과, 경피적 절개술 후 19.3%에서 불완전 절개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술자의 경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다수의 수술 경험을 가진 전문의가 시행할 경우, 불완전 절개의 위험은 크게 감소합니다. 수술 중 실시간으로 손가락 움직임을 확인하며 절개의 완전성을 검증하기 때문입니다.
수술을 미루면 안 되는 이유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방아쇠수지를 방치하면 두 가지 비가역적 변화가 진행됩니다.
첫째, 관절 구축입니다. 손가락이 걸린 채로 오래 지속되면 PIP joint(중간 손가락 관절)의 관절낭이 짧아지고 굳어버립니다. 수술로 활차를 열어도 관절 자체가 펴지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이 경우 추가적인 관절낭 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둘째, 힘줄 퇴행입니다. 만성적인 마찰과 염증은 굴곡건의 콜라겐 구조를 손상시킵니다. 힘줄의 생리적 재생 능력은 13세 이후 현저히 감소하므로, 손상이 고착화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습니다.
Giugale와 Fowler가 Orthop Clin North Am (2015)에 정리한 바와 같이, 증상 발현 후 6개월 이상 경과한 경우 보존적 치료의 성공률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특히 잠김 현상이 수개월 지속된 경우라면 더 이상 미루지 마십시오.
당뇨병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뇨병 환자의 방아쇠수지는 일반 환자와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첫째, 주사 치료의 효과가 낮습니다. 당뇨병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주사의 성공률은 비당뇨 환자의 절반 수준입니다. 고혈당 환경이 조직의 치유 능력을 저해하고, 콜라겐 교차결합을 촉진하여 활차 경직을 심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둘째,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여러 손가락에 동시에 방아쇠수지가 생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 손가락을 주사로 치료해도 다른 손가락에서 증상이 발생합니다.
셋째, 주사 후 혈당 조절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후 일시적으로 혈당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인슐린 사용 중인 환자라면 주사 후 1-2주간 혈당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합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서는 주사 1회 시도 후 효과가 불충분하면 조기에 수술을 권고합니다. 주사로 시간을 끄는 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어떻게 회복되는가
하키나이프 수술 후 회복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술 당일~3일: 국소 마취가 풀리면서 약간의 통증이 있습니다. 소염진통제로 조절 가능합니다. 손가락은 바로 움직일 수 있지만, 강하게 쥐는 동작은 피합니다.
3~5일째: 적극적인 재활 운동을 시작합니다. 가장 중요한 운동은 후크 피스트(hook fist) 동작입니다. 손바닥 관절(MCP joint)은 편 상태에서 중간 관절(PIP)과 끝 관절(DIP)만 구부려 갈고리 모양을 만듭니다. 이 동작은 표재성 굴곡건(FDS)과 심재성 굴곡건(FDP)의 차등 활주를 유도하여 유착을 방지합니다.
1~2주째: 일상적인 손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단, 강하게 쥐거나 비트는 동작은 아직 제한합니다.
4~6주째: 수술 부위 힘줄의 재생이 진행됩니다. 힘줄 치유는 염증기→증식기→리모델링기의 3단계를 거치며, 무질서한 III형 콜라겐이 기계적 강도가 높은 I형 콜라겐으로 대체됩니다.
8~10주째: 완전한 일상 업무 복귀가 가능합니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이라면 이 시점까지 충분히 기다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술 후 재발하는 경우
수술 후에도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불완전 절개입니다. A1 활차가 완전히 절개되지 않으면 잔여 협착으로 인해 증상이 지속됩니다. 숙련된 술자에게 수술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둘째, A2 활차 문제입니다. 드물지만 A1 활차 바로 원위부의 A2 활차에서 협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술 전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협착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셋째, 힘줄 자체의 문제입니다. 심한 건초염이 동반된 경우, 활차를 열어도 힘줄의 부종과 결절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추가적인 건초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재발률은 연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3-5% 수준입니다. Nikolaou 등이 J Hand Surg Eur (2017)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경피적 수술과 개방 수술의 재발률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맺음말
방아쇠수지 치료의 핵심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주사 치료는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고, 한계를 넘어서까지 주사에 의존하면 힘줄과 관절이 되돌리기 어려운 손상을 입습니다.
2회 주사에도 재발하거나, 손가락이 걸려서 반대 손으로 펴야 하는 상태라면, 더 이상 고민하지 마십시오. 경피적 A1 활차 절개술은 5-10분이면 끝나고, 2-3주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수술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워서 1년 넘게 주사만 맞다가 오시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그분들의 손은 예외 없이 더 나빠져 있습니다. 제때 결정하셨다면 겪지 않았을 고생을 하시는 겁니다.
방아쇠수지의 치료는 결국 A1 활차를 여는 것입니다. 주사든 수술이든 그 목적은 같습니다. 주사로 안 되면 수술로 확실하게 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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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신경외과의원 ·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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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Karki DB, Rana AS, Shrestha A, et al. (2025). Effect of percutaneous release versus steroid injection among adults with trigger finger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BMC Musculoskelet Disord. DOI: 10.1186/s12891-025-08981-6
- Shakeel H, Ahmad TS (2012). Steroid injection versus NSAID injection for trigger finger: a comparative study of early outcomes. J Hand Surg Am. DOI: 10.1016/j.jhsa.2012.03.040
- Chao M, Wu S, Yan T (2009). The effect of miniscalpel-needle versus steroid injection for trigger thumb release. J Hand Surg Eur Vol. DOI: 10.1177/1753193408100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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