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3-09

엄지 쪽 손목이 아픈데 — 드퀘르뱅 건초염이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엄지 쪽 손목 통증의 대부분은 드퀘르뱅 건초염이며,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로 70-80%가 호전됩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진료실에서 "엄지 쪽 손목이 욱신거려요", "아기를 안으면 손목이 끊어질 것 같아요"라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들고 엄지로 화면을 쓸어내리는 동작, 프라이팬을 한 손으로 드는 동작, 신생아 머리를 받치며 안아 올리는 동작 — 이 모든 동작이 손목 바깥쪽 첫 번째 구획(first dorsal compartment)에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줍니다. 바로 이것이 드퀘르뱅 건초염의 시작입니다.


왜 하필 엄지 쪽 손목인가 — 해부학적 숙명

손목 등쪽에는 6개의 신전건 구획(extensor compartment)이 있습니다. 이 중 첫 번째 구획을 지나가는 두 개의 힘줄이 있는데, 바로 장무지외전근(APL, Abductor Pollicis Longus)단무지신전근(EPB, Extensor Pollicis Brevis)입니다.

이 두 힘줄은 요골 경상돌기(radial styloid process)라는 뼈 돌출부를 넘어가면서 급격한 각도 변화를 겪습니다. 산악 도로에서 급커브를 도는 차량이 원심력을 받듯, 이 힘줄들도 굴곡점에서 끊임없이 마찰과 압박을 받습니다.

문제는 이 구획을 덮고 있는 배측 수근 지대(dorsal carpal ligament)가 두꺼운 섬유성 터널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터널 안에서 힘줄이 부어오르면 터널 벽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압력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반지를 끼운 채 손가락이 부어오르는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오 — 반지는 늘어나지 않으니 손가락이 조여들 수밖에 없습니다.


병태생리 — 단순한 염증이 아니다

드퀘르뱅 건초염을 단순히 "힘줄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이해하면 절반만 아는 셈입니다.

조직학적으로 보면, 이 질환의 핵심은 점액양 퇴행(myxoid degeneration)섬유화(fibrosis)입니다. 힘줄 외막(tenosynovium)에 만성적인 기계적 자극이 가해지면 혈관이 증식하면서 콜라겐 섬유 배열이 흐트러집니다. 염증 세포는 초기에만 관찰될 뿐, 만성화되면 오히려 비염증성 섬유화 과정이 주를 이룹니다.

Clarke 등(J Hand Surg Am, 1998)의 연구에 따르면, 드퀘르뱅 건초염 환자의 수술 검체에서 급성 염증 소견보다 건초의 비후와 점액양 변성이 주된 병리 소견이었습니다. 이는 치료 전략에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단순히 염증만 줄여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해부학적 변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원래 APL과 EPB는 하나의 터널을 공유하지만, 인구의 약 30-40%에서는 중격(septum)이 터널을 둘로 나눠 독립된 하위 구획을 만듭니다. 이런 변이가 있으면 EPB 구획이 더욱 좁아져 증상이 심해지고, 스테로이드 주사 효과도 떨어집니다. Mirzanli 등(Hand Surg Eur, 2012)은 중격이 있는 환자에서 주사 치료 실패율이 유의하게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누가 잘 걸리는가 — 위험 인자

드퀘르뱅 건초염은 특정 집단에서 유독 흔하게 발생합니다.

산후 여성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출산 후 호르몬 변화로 결합조직이 이완되고, 수유와 육아로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신생아를 안을 때 손목이 척측 편위(ulnar deviation)된 상태에서 엄지로 머리를 받치는 자세까지 겹칩니다. 이 때문에 "엄마손 증후군(mommy's thumb)"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중년 여성에서도 흔합니다. 에스트로겐 감소로 건조직이 약해지는 것이 한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반복적인 손목 동작을 하는 직업군 — 미용사, 요리사, 악기 연주자, 그리고 요즘은 스마트폰 과사용자까지 — 에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위험 인자 기전
산후 여성 호르몬 변화 + 육아 동작 반복
중년 여성 에스트로겐 감소 → 건조직 취약
반복 손목 사용 직업 기계적 과부하 누적
해부학적 변이(중격) EPB 구획 협착
류마티스 관절염 활액막 증식 → 터널 내 압력 상승

진단 — 핑켈스타인 검사의 함정

"손목 바깥쪽이 아프면 드퀘르뱅이다"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핑켈스타인 검사(Finkelstein test)는 가장 널리 알려진 이학적 검사입니다. 엄지를 손바닥 안에 감싸 쥔 상태에서 손목을 척측으로 편위시킬 때 요골 경상돌기 부위에 심한 통증이 유발되면 양성입니다.

다만 이 검사는 민감도는 높지만 특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요골-수근 관절염, 교차 증후군(intersection syndrome), 심지어 요골 경상돌기 골절에서도 양성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이켈호프 검사(Eichhoff test)와 핑켈스타인 검사는 종종 혼동됩니다. 원래 핑켈스타인 검사는 검사자가 환자의 엄지를 잡고 척측으로 당기는 것이고, 환자 스스로 주먹을 쥐고 손목을 꺾는 것은 아이켈호프 검사입니다. 임상에서는 두 검사가 혼용되지만, 어느 쪽이든 첫 번째 구획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에서 진단적 가치는 비슷합니다.

초음파 검사는 건초의 비후, 힘줄 주위 액체 저류, 중격 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특히 중격이 있는지 미리 파악해 두면 스테로이드 주사 시 정확한 위치에 약물을 주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감별해야 할 질환들:
- 교차 증후군(intersection syndrome): 통증 위치가 요골 경상돌기보다 약 4-6cm 근위부
- 요골-수근 관절염: 관절면 압통, X-ray 소견
- 주상골(scaphoid) 골절/불유합: 해부학적 코담뱃갑(anatomic snuffbox) 압통
- 요골 신경 표재 분지 포착(Wartenberg syndrome): 저림, 감각 이상 동반


치료 — 보존적 치료의 한계와 수술의 시점

보존적 치료

첫 번째 단계는 활동 수정과 보조기(splint) 착용입니다. 엄지와 손목을 고정하는 스피카 스플린트(thumb spica splint)를 착용하면 첫 번째 구획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4-6주간 착용하면 경증에서는 상당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는 초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이 질환의 본태가 염증이 아니라 퇴행과 섬유화이므로 장기적인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비수술적 치료 중 가장 효과적입니다. Peters-Veluthamaningal 등(Cochrane Database Syst Rev, 2009)의 체계적 문헌 고찰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주사는 위약에 비해 유의한 증상 개선을 보였으며, 첫 번째 주사만으로 약 70%의 환자가 호전되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중격이 있으면 주사액이 APL 구획에만 들어가고 EPB 구획에는 도달하지 못해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음파 유도 하에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주사하는 것이 맹검 주사(blind injection)보다 성공률이 높습니다.

수술적 치료

다음과 같은 경우 수술을 고려합니다:
- 6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했는데도 증상이 지속될 때
- 스테로이드 주사 2회 이상 실패했을 때
- 중격이 있어 주사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첫 번째 구획 유리술(first dorsal compartment release)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입니다. 배측 수근 지대를 세로로 절개하여 터널을 열어주고, 중격이 있다면 함께 절개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요골 신경 표재 분지(superficial radial nerve)를 다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신경이 손상되면 손등과 엄지 쪽에 지속적인 저림과 통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Kang 등(J Hand Surg Am, 2008)은 수술적 치료의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보고했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 후 6주 이내에 일상 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치료법 적응증 성공률 단점
스플린트 경증, 초기 50-70% 장기 착용 불편
스테로이드 주사 중등도 70-80% (첫 주사) 재발 가능, 중격 시 효과 ↓
수술 보존 치료 실패 >90% 신경 손상 위험

수술 후 관리와 재활

수술 후에는 부종 관리와 힘줄 활주 운동이 핵심입니다.

수술 후 3-5일부터 엄지와 손목의 능동적 관절 가동 범위 운동을 시작합니다. 힘줄 유착을 방지하고 관절 구축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2주째에 봉합사를 제거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악력 강화 운동을 추가합니다.

4-6주가 지나면 대부분의 일상 활동이 가능해지며, 8-10주면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재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급격한 악력 사용을 피하는 것입니다. 수술로 터널은 열렸지만, 힘줄 자체가 조직학적으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방아쇠수지 수술 후와 마찬가지로, 힘줄 재생 과정에서 TGF-beta, VEGF 등 성장 인자가 작용하면서 콜라겐 섬유가 재배열되고 기계적 강도가 회복됩니다.


드퀘르뱅과 방아쇠수지 — 같은 듯 다른 두 질환

두 질환 모두 힘줄이 좁아진 터널을 통과하면서 생기는 문제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습니다. 다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구분 드퀘르뱅 건초염 방아쇠수지
위치 손목 (첫 번째 신전건 구획) 손바닥 (A1 활차)
관련 힘줄 APL, EPB (신전건) FDS, FDP (굴곡건)
증상 손목 통증, 악력 저하 손가락 딸깍 현상, 잠김
호발 연령 30-50대 여성 50-60대
수술 구획 유리술 A1 활차 절개술 (HAKI 나이프)

방아쇠수지에서 제가 HAKI 나이프를 이용한 경피적 절개술을 다수 시행하는 이유는, A1 활차 개방이라는 목표를 최소한의 피부 절개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드퀘르뱅에서는 요골 신경 표재 분지가 수술 시야 바로 옆을 지나가므로 경피적 접근보다 직시 하 수술이 더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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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 일상에서의 손목 보호

드퀘르뱅 건초염은 예방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바꾸십시오. 한 손으로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들고 엄지로만 조작하면 첫 번째 구획에 끊임없이 스트레스가 가해집니다. 양손으로 잡고 검지로 조작하거나, 거치대를 활용하십시오.

육아 중이라면 손목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쓰십시오. 아기를 안을 때 손목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하고, 수유 쿠션을 활용하여 팔의 부담을 분산시키십시오.

반복적인 손목 동작을 하는 직업이라면 작업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하고, 증상이 시작되면 조기에 스플린트를 착용하여 악화를 방지하십시오.


맺음말

드퀘르뱅 건초염 치료의 핵심은 결국 좁아진 터널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스플린트와 주사로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혀 상대적으로 터널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미 구조적 변화가 굳어진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터널을 열어주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엄지 쪽 손목 통증을 방치하지 마십시오.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전한 회복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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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드퀘르뱅 건초염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A: 핀켈슈타인 검사(Finkelstein test)가 대표적입니다. 엄지를 손바닥 안으로 넣고 주먹을 쥔 뒤 손목을 척측(새끼손가락 방향)으로 꺾으면 엄지 쪽 손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재현됩니다. 이 검사 양성과 첫째 신전 구획(1st dorsal compartment) 부위 압통이 있으면 임상적으로 진단합니다.

Q: 드퀘르뱅 건초염은 왜 생기나요?

A: 엄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동작(스마트폰 한 손 조작, 아기 안기, 빨래 짜기, 골프 등)이 주 원인입니다. 첫째 신전 구획의 건초가 두꺼워지면서 장무지외전근(APL)과 단무지신근(EPB) 건의 활주가 방해됩니다. 출산 후 여성에서 특히 흔하며, 호르몬 변화와 아기를 반복적으로 안는 동작이 원인입니다.

Q: 스테로이드 주사는 몇 번까지 맞을 수 있나요?

A: 첫 번째 주사의 성공률은 약 80%로 높습니다. 효과가 부족하면 4-6주 후 2차 주사를 고려하지만, 3회 이상은 건 약화와 피부 위축 위험 때문에 권고되지 않습니다. 2회 주사에도 재발하면 수술적 건초 절개술을 시행합니다.

Q: 드퀘르뱅 건초염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A: 수술(건초 절개술)은 약 15-20분 소요되는 간단한 시술입니다. 수술 후 1-2주에 봉합사를 제거하고, 가벼운 일상활동은 2-3주째부터, 힘을 쓰는 활동은 4-6주째부터 가능합니다. 합병증은 드물지만 요골 신경의 표재 분지 손상에 의한 손등 저림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Huisstede BM, Coert JH, Fridén J, et al. (2014). Consensus on a multidisciplinary treatment guideline for de Quervain disease. Journal of Hand Surgery. DOI: 10.1016/j.jhsa.2014.01.017
  2. Kumar N, Saifi AS, Singh U, et al. (2025). Ultrasound-guided release of the fibro-osseous tunnels around the wrist and hand: a technical review. British Journal of Radiology. DOI: 10.1093/bjr/tqaf164
  3. Ilyas AM, Ast M, Schaffer AA, et al. (2007). De Quervain tenosynovitis of the wrist.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Orthopaedic Surgeons. DOI: 10.5435/00124635-20071200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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