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검토: 김상현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2000년 전문의 취득)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최종 업데이트: 2026-04-27

스테로이드 주사 3회 실패 — 방아쇠수지 하키나이프 수술을 고려할 때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3회 이상 맞아도 딸깍거림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건 주사가 듣지 않는 손이 아니라 활차 자체가 변형된 손입니다. 더 고생하지 마시고 수술 판단을 받으십시오.

진료실에서 손가락이 다시 걸린다며 오시는 분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주사를 몇 번 맞으셨어요?" 세 번째라는 답이 나오면, 저는 환자분의 손을 잡고 A1 활차 부위를 눌러봅니다. 단단한 결절이 만져집니다. 그 단계에서는 주사를 한 번 더 맞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활차가 이미 두꺼워지고, 안쪽에서는 연골 같은 조직이 자라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사를 몇 번까지 맞아야 수술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진료실에서 매주 내리는 판단 기준을 그대로 풀어드리겠습니다. 수술이라는 단어가 무서워서 1년, 2년을 끌고 오신 분들에게 제가 늘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주사가 처음에 들었다가 다시 안 듣는 이유

스테로이드는 분명히 좋은 약입니다. 첫 주사에서 60~90%의 환자가 증상 완화를 경험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손가락이 걸리고, 두 번째 주사는 첫 번째만큼 잘 듣지 않으며, 세 번째에서는 거의 효과가 사라질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A1 활차가 어떤 구조인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A1 활차는 손바닥 입구에서 굴곡 힘줄이 지나가는 터널입니다. 이 터널은 세 겹으로 되어 있습니다. 외층, 중간층, 내층. 정상에서는 매끄러운 미끄럼틀처럼 힘줄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손을 반복적으로 강하게 쓰면, 외층은 두꺼워지고, 중간층과 내층은 닳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래된 지하철 터널 벽이 매일 지나가는 전차의 진동에 깎여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입니다. 만성 자극을 받은 활차 안쪽에는 위장에서 위산에 시달린 점막이 장상피화생(intestinal metaplasia)으로 변하듯, 연골 화생(chondroid metaplasia) 이 발생합니다. 압박을 견디기 위해 연골 같은 단단한 조직이 활차 내부에 자라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보호 반응이지만, 결과적으로 터널 자체를 더 좁히는 역효과를 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이 구조 안에 일어난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부종이 빠지면 일시적으로 힘줄이 다시 잘 지나갑니다. 하지만 주사는 두꺼워진 활차나 연골 화생 조직을 녹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부종이 다시 차오르거나, 힘줄에 미세한 손상이 추가되면서 또 걸립니다.

세 번째 주사쯤 되면 한 가지 더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표재성 굴곡건(FDS)과 심재성 굴곡건(FDP) 사이에 섬유소성 유착(fibrinous adhesion)이 형성됩니다. 두 힘줄은 원래 따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만성 염증으로 두 힘줄 사이에 접착제 같은 흉터가 생기면, 좁은 활차를 통과할 때 두 힘줄이 한 덩어리로 뭉쳐서 지나가야 합니다. 아코디언이 접착제로 붙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 단계가 되면 주사로는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주사 횟수, 어디까지가 안전한 선인가

환자분들이 가장 자주 물어보시는 질문 중 하나가 "주사는 몇 번까지 괜찮은가요"입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임상적 기준은 2회까지가 합리적, 3회는 마지막 한도, 4회 이상은 권하지 않는다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효과 측면입니다. 첫 주사에서 호전된 분들 중 1년 이상 무증상으로 유지되는 비율은 약 50~60%입니다. 두 번째 주사부터는 이 비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세 번째 주사가 1년 이상 효과를 내는 경우는 20% 안팎입니다. 다시 말해, 재발률이 80%에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둘째, 부작용 측면입니다. 같은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반복 주사하면 굴곡 힘줄 자체에 변성이 생기고, 드물지만 힘줄 파열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피하 지방 위축, 색소 침착도 흔한 부작용입니다. 당뇨가 있는 분이라면 혈당 변동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주사 횟수 1년 이상 호전 유지율 재발 시 권장
1회 50~60% 한 번 더 시도 가능
2회 30~40% 수술 상담 권유
3회 20% 안팎 수술 결정 시점
4회 이상 매우 낮음 권하지 않음

여기에 한 가지 단서를 붙입니다. 위 수치는 평균입니다. 당뇨 환자,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다발성 방아쇠수지 환자,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된 환자는 더 빠른 단계에서 수술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런 분들은 첫 주사부터 효과 지속 기간이 짧고, 두 번째 주사 후 재발이 거의 확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와 관련해서는 [[관련글: 당뇨 환자의 방아쇠수지 — 왜 더 잘 생기고 치료가 어려운가]]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Quinnell 분류 — 내 손가락은 지금 몇 단계인가

진료실에서 환자분의 단계를 구분할 때 제가 사용하는 기준이 Quinnell 분류입니다. 영국 정형외과의 Quinnell이 제안한 것으로, 임상적으로 가장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단계 임상 소견 권장 치료
Grade 1 통증, 압통은 있으나 걸림은 없음 보존적 치료, 활동 조절
Grade 2 능동적으로 걸리나 스스로 풀림 1차 스테로이드 주사
Grade 3 능동적으로 안 풀려 반대 손으로 펴줘야 함 주사 1~2회, 효과 없으면 수술
Grade 4 수동으로도 안 풀림, 굴곡 구축 동반 수술 적응증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단계는 Grade 3입니다. 환자분 본인은 Grade 2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 검사해보면 거의 풀리지 않거나, 풀리는 것 같지만 풀리는 순간 통증이 심한 단계입니다. Grade 3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주사 2회 후 재발하면, 그건 수술 시점입니다.

Grade 4는 두말할 것 없이 수술입니다. 이 단계는 시간을 끌수록 손해입니다. 굴곡 구축이 동반되어 있기 때문에, 수술이 늦어질수록 수술 후에도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힘줄의 생리적 재생 능력은 13세 이후 현저히 감소합니다. 성인의 만성 손상은 가만히 두어서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하키나이프(HAKI Knife)는 무엇이고, 왜 다른가

이 도구는 한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권익 박사가 개발한 경피적 절개 도구로, 이름의 유래가 그분의 이니셜(Ha + KI)에서 왔습니다. 원조 논문이 Ha KI et al., J Hand Surg Am (2001)에 실렸고, 이후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개방 수술(Open release). 손바닥을 1~2cm 절개하고 직접 활차를 보면서 자릅니다. 정확하지만 흉터가 남고, 회복이 느리며, 수술실과 마취가 필요합니다.

18G 바늘 절개술(Needle release). 1990년대에 보고된 방법으로, 일반 주사 바늘 끝의 사면(bevel)을 칼처럼 이용해 활차를 자릅니다. 간편하지만, 바늘 끝의 모양상 절개가 불완전하거나 주변 신경·힘줄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경희대 백종현 교수팀의 국내 연구(2010년대)에서는 18G 바늘 사용 시 약 19.3%의 불완전 절개율이 보고되었습니다.

하키나이프는 이 두 방법의 장점을 결합했습니다. 끝이 둥글게 가공된 작은 칼날을 가진 도구로, 활차만 정확히 절개하고 그 너머의 신경이나 힘줄은 다치지 않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손바닥에 1~2mm의 작은 구멍만 내고, 초음파로 위치를 실시간 확인하면서 시술합니다.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노상 공사를 하지 않고, 작은 점검구로 들어가 케이블만 자르고 나오는 열쇠구멍 수술(keyhole surgery)과 같은 원리입니다.

항목 개방 수술 18G 바늘 하키나이프
절개 크기 10~20mm 1mm 1~2mm
마취 전도/국소 국소 국소
시술 시간 20~30분 5~10분 10~15분
회복 기간 2~3주 3~5일 3~5일
흉터 있음 없음 거의 없음
불완전 절개율 매우 낮음 약 19% 매우 낮음
신경/힘줄 손상 위험 낮음 상대적 높음 낮음
초음파 유도 불필요 가능 필수

Donati et al., BMC Musculoskelet Disord (2024)의 메타분석에서도 경피적 절개술은 개방 수술과 비교해 회복 기간은 짧고, 합병증률은 비슷하거나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Nikolaou et al., J Hand Surg Eur (2017)는 후크피스트(hook fist)를 이용한 술 후 재활이 경피적 절개술의 결과를 더욱 향상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수술 결정의 다섯 가지 명확한 기준

진료실에서 제가 환자분께 수술을 권유하는 순간은 다음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될 때입니다. 모호한 유보 없이,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1. 스테로이드 주사 2~3회 후 6주 이내에 증상 재발
  2. Quinnell 3단계 이상이 6개월 지속
  3. 자다가 손가락이 굳어 아침에 못 펴는 상태가 2주 이상 반복
  4. 다발성 방아쇠수지(여러 손가락 동시 발생)
  5. 당뇨, 류마티스, 갑상선 질환 등 동반된 만성 질환

특히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분들은 보존 치료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당뇨 환자에서 방아쇠수지의 발생률은 일반인의 2~4배이며, 주사 효과 지속 기간도 짧습니다. 같은 이유로 [[관련글: 방아쇠수지 초기 증상 — 놓치면 수술까지 가는 5가지 신호]]를 미리 알아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침에 손가락이 굳는다는 분들이 5월~6월 신경통이 잘 생기는 계절에 함께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가락 굴곡건의 야간 부종이 봄철 상지 신경통과 함께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후, 진짜 회복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수술 자체는 짧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이 가장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술하면 끝난다"가 아니라, 수술은 시작입니다. 활차를 잘라 마찰을 없앤 것과, 이미 손상된 힘줄이 회복되는 것은 별개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힘줄 치유는 세 단계를 거칩니다.

염증기(0~5일): 적혈구, 혈소판, 호중구, 대식세포가 손상 부위로 모입니다. 새로운 혈관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증식기(5일~3주):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어 III형 콜라겐을 합성합니다. 처음에는 무작위적으로 배열되지만, 일단 섬유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리모델링기(3주~수개월): 무질서하게 배열되었던 III형 콜라겐이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여 더 강한 I형 콜라겐으로 대체됩니다. 인장 강도가 회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성장 인자가 있습니다. TGF-β는 콜라겐 합성을 유도해 인장 강도를 회복시키고, VEGF는 혈관 신생을 촉진해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며, IGF-1과 PDGF는 세포 증식을 돕습니다.

수술 후 3~5일째부터 시작하는 갈고리 주먹쥐기(hook fist) 운동이 결정적입니다. 손바닥과 중수지절관절(MCP)은 편 채로 PIP와 DIP만 굽히는 자세입니다. 이 동작은 표재성 굴곡건(FDS)과 심재성 굴곡건(FDP)이 서로 약 1cm 어긋나게 차등 활주(differential gliding)하도록 유도합니다. 두 힘줄 사이의 흉터 조직 재모델링을 촉진하고, 다시 유착되는 것을 막습니다. 한 번에 20회, 하루 2~3세트입니다.

수술 후 일상 복귀까지는 평균 8~10주를 잡습니다. 다만 다음 요인들이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증상이 길었던 분일수록, 주사를 많이 맞았던 분일수록, 수술 후 재활을 더 꼼꼼히 해야 합니다.


이런 증상이라면 다른 질환도 의심하세요

손가락이 걸리고 아프다고 해서 모두 방아쇠수지는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마주치는 감별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주사로 손이 안 풀린다면 진단부터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맺음말

방아쇠수지의 치료는, 무엇을 하든 결국 활차와 힘줄건초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주사는 염증을 가라앉히지만, 두꺼워진 활차와 연골 화생, 그리고 힘줄 사이의 유착은 풀지 못합니다. 그것이 주사가 두 번, 세 번 반복되면서 효과가 짧아지는 이유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3회 이상에서 효과가 짧아지거나, Quinnell 3단계 이상이 6개월 지속되거나, 다발성으로 발생했다면, 그건 수술이 필요한 손입니다. 더 끌고 가도 이득이 없습니다. 하키나이프 경피적 절개술은 1~2mm의 작은 흔적만 남기고 활차의 근본적인 좁아짐을 해결합니다. 그리고 진짜 회복은 수술 후 재활에서 완성됩니다.

손가락이 다시 걸리기 시작했다면, 한 번 더 망설이지 마시고 정확히 진단받으십시오. 시간은 힘줄을 회복시키지 않습니다.


참고 문헌

  1. Ha KI, Park MJ, Ha CW (2001). . . DOI: 10.1302/0301-620X.83B1.10844
  2. Donati D, Boccolari P, Tedeschi R (2024). . . DOI: 10.1186/s12891-024-07257-9
  3. Nikolaou VS, Malahias MA, Kaseta MK, Sourlas I, Babis GC (2017). . . DOI: 10.1177/1753193416669263
  4. Dierks U, Hoffmann R, Meek MF (2008). . . DOI: 10.1016/j.jhsa.2007.09.018

본 콘텐츠는 의학 논문과 임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